자동차에서 스마트 모빌리티로
지난해 12월, 자동차 업계에 대형 M&A가 있었다. 현대가 9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미국의 로봇 전문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 외부 환경을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자율운전 자동차나 로봇은 기술적 연관성이 높다. 현대가 제시할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1992년 MIT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미국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지원하에 다양한 로봇을 개발했다. 2013년 구글(비밀 연구조직인 X 디벨롭먼트)에 인수되었고 2017년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에 팔렸다. 그리고 지난해 위기에 빠진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80%를 8억8천만 달러(9,580억원)에 사들인 현대그룹이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로봇이라는 개념이 등장한지는 100년이 넘었다. 상상하는 이미지와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로봇은 이미 생활 속 깊이 침투해 있다. 많은 공장에서 로봇팔이 사람의 일손을 대신하며, 로봇 청소기가 주인 없는 거실에서 장애물을 스캔하며 홀로 청소를 한다. 물론 공상과학 속 등장하는 거대 전투로봇이나 인간과 흡사한 휴머노이드까지는 아직 먼 미래 이야기다. 그래도 전통적인 기계 기술과 IT 기술의 융합은 로봇 실용화를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새로운 이동수단에 대한 가능성
현대는 자동차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요즘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EV와 자율운전. 여기에서 파생되는 변화는 더욱 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고속 데이터 통신과 자율운전, 인공지능이 결합되며 도시 전체의 교통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유인 드론까지 결합된다면 그 효용성은 극대화된다. 현대는 지난해 CES에서는 우버 테크놀로지와 함께 개발한 UAM(Urban Air Mobility) 컨셉트를 선보였다. 미래의 출퇴근 풍경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현대는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로봇 분야로도 눈을 돌렸다. 혼다가 2족 보행 로봇 아시모를 처음 공개했던 1996년만 해도 자동차 회사가 왜 로봇을 만드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017년 245억(26조원) 달러였던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 중이며 2025년에는 1,772억달러(19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적으로 수요를 예상하는 부문은 물류 로봇이다. 물건을 집어넣고, 빼고, 상차, 하차, 이송, 저장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픽’과 ‘핸들’이라는 로봇이 있다. 고정된 프로그래밍에 따라 반복 작업을 하는 공장 로봇팔과는 달리 고도의 2D와 3D 센서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화물에 대응한다.
군사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KTX와 지하철 등 열차 제조사로 알려진 현대 로템은 K1과 K2 흑표 등 한국군 전차를 만드는 방산 업체이기도 하다. 자율 주행 시스템과 전차를 결합하면 무인 전투 로봇이 된다. 또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초기 작품인 빅독은 짐을 싣고 보병을 따라다니는 용도로 개발되었다.
더 미룰 수 없는 변화의 시점
전혀 별개의 분야로 보이는 로봇과 자율운전 자동차, UAM이지만 정교한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임을 통제한다는 점에 기술적으로 연관성이 깊다. 기초 기술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자율운전 자동차에 달리는 라이다는 로봇 청소기에도 사용되는 센서 기술이다. 어떤 플랫폼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가에 따라 스마트 모빌리티나 서비스 로봇이 되고 혹은 치명적인 무기가 되기도 한다.
현대는 앞으로 단순한 자동차 메이커가 아니라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하고자 한다. 다소 급작스러워 보였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또한 이런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 새로운 생태계를 빠르게 선점하는 것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생겨날 수도 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사업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아직은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현대가 찾아낸 비장의 한 수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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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