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E30 V8 ‘Franky’
Real Adult Toy for Old Boy
-BMW E30 V8 ‘Franky’
오래된 차를 자신의 방식으로 꾸미는 사례는 자동차 문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국은 이런 사례들을 모아 방송으로 만들 정도로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한국도 비슷한 사례들을 가끔 볼 수 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완성품을 봤을 때의 만족감은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이번에 만난 ‘프랭키’도 그런 존재다.
BMW E30 V8 ‘Franky’
BMW 베스트셀러인 3시리즈 중에서 이제는 할아버지에 속하는 E30 보디는 여전히 인기가 많다. 워낙에 생산대수가 많아 지금도 외국에서 보디 구하기가 쉽다 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개조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역시 E30의 인기는 높은 편이다. 다만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아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고, 상태도 제각각이다. E30은 대중적이면서도 BMW 특유의 탄탄함이 차체 곳곳에 배어있다. 한때 BMW 디자인 흐름을 크게 바꾸었던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이 피아트 시절부터 오래된 E30을 타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클래식베이가 소유한 프랭키라는 별명의 E30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차 좀 안다’하는 사람들이 가장 예쁜 디자인으로 꼽는 E30의 외관은 거의 그대로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혀 평범하지 않다. 해외에서는 이런 차에 관한 용어가 많다. 오래된 차로 최신 스포츠카를 잡는 슬리퍼라는 용어도 있고, 커스터마이징, 하드코어 튜닝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클래식베이의 프랭키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각 분야에 장점만 모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개념을 도입하자면 ‘스트리트 파이터’나 ‘뭘 좀 아는 어른들의 화끈한 장난감’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BMW에는 BBS 휠이 가장 잘 어울린다
M60B40 V8 엔진을 품다!
프랭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컴팩트하고 가벼운 E30 보디에 올려진 V8 엔진이다. 이 차의 원형은 316i인데 엔진 스왑으로 인해 배기량과 출력이 두 배 이상 커졌다. 프랭키의 M60B40 V8은 한때 BMW의 기함에 사용하던 엔진이다. 미국형 540i(E34)를 비롯해 740i(E32, E38), 840i(E31) 심지어 데 토마소 구아라도 이 엔진을 사용했다. 변속기는 M5와 M3에 사용했던 게트락 420G. E36 보디까지만 해도 BMW는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 스왑이 용이한 구조였다. E30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활용했다.
자연흡기 숏 스트로크 엔진과 촘촘한 가속형 기어비가 조합된 결과물과 놓고 보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작업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엔진룸은 큰 문제가 없지만(이 차를 만들며 참고한 해외 E30 포럼에는 V12 엔진까지 올린 사례도 있다) 냉각이 문제였다. 원래 4기통 엔진이 있던 엔진룸은 V8 엔진이 올라갔음에도 좁거나 부족하지 않았다. 기존 4기통 엔진 자체도 엔진룸에서 최대한 운전석 쪽으로 밀어 놔 V8 엔진이 올라가도 염려했던 프론트 헤비가 거의 없다. 전반적인 엔진 세팅은 오렌지 개러지에서 담당했는데, 냉각 성능을 보강하기 위해 대용량 라디에이터와 레이스용 팬을 장착했고, 경고등이 뜨지 않도록 센서 종류를 모두 리세팅 했다. 엔진룸에서 특이한 점은 하이드로백의 위치. 공간 확보를 위해 캐빈 패널에 붙어 있던 것을 헤드라이트 뒤쪽으로 옮겼다.
운전석이나 실내는 E30 그대로다
외관부터 실내, 엔진 하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풀 리스토어를 진행했으며, 하체 파츠는 다른 M로드스터와 318ti, 전기형 Z3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던 부품들을 조합했다. 말 그대로 E30 보디에 여러 차의 부품을 조합해 프랑켄슈타인처럼 만들었다. 이차의 별명인 프랭키는 바로 프랑켄슈타인에서 따왔다. 타이어는 전륜 195/45, 후륜 205/45이며 휠은 BMW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BBS의 RS 16인치다. 실내도 깔끔하다. 페브릭 소재의 시트는 E30 M3의 스포츠 시트로 변경했고, 대시보드와 센터 콘솔 등도 깔끔하게 다듬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차체에 녹이나 부식이 없어 작업이 수월했다는 점이라고.
수동 변속기는 6단이다. 시트를 포함해 부츠 등도 리스토어 했다
어른들의 스트리트 파이터
운전의 즐거움에 집중한 프랭키에는 오디오나 에어컨 같은 편의 장비가 없다. 이 차를 처음 만들 때부터 운전과 달리는 즐거움에 집중한 결과다. 운전석은 순정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낡아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램프나 키박스 등은 출고 상태 그대로다. 시동을 걸면 일반적인 V8 엔진에 비해 배기음이 거칠다. 피코사운드에서 세팅한 배기는 단 한 대만 제작된 것으로 M5나 M3에 비해 배기 라인이 짧아 액셀러레이터 반응이 빠르고 출력 손실이 적다. 최고출력 280마력은 요즘 차들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없지만 1t 남짓의 공차 중량과 짧은 차체를 생각하면 아주 재미있게 탈 수 있다.
대용량 라디에이터와 레이싱 팬이 냉각계를 담당하고 엔진이 캐빈 베이 쪽으로 많이 들어와 있어 프론트 헤비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짧고 타이트한 기어비와 넓은 토크 영역 덕분에 어느 구간이든 스트레스가 없다. 기분 좋게 귀를 자극하는 배기음은 4,000rpm을 넘으면 주변에 있는 모든 소리를 삼킬 만큼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소리로 바뀐다. ‘V8 엔진’하면 떠오르는 중저음 대신 날카로운 직렬 6기통 사운드에 가깝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리가 아닌, 보다 날것에 가까운 소리. 운전자의 몸을 지탱해 주면서 편안하게 옥죄는 스포츠 시트와 빠른 반응성, 어느 영역 대나 꾸준하게 이어지는 토크는 요즘 스포츠카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원초적인 요소들이 운전자의 오감을 자극한다.
공간 확보를 위해 하이드로백의 위치를 앞쪽으로 옮겼다
다만 생각보다 다루기가 쉬운 차는 아니다. 찬찬히 3,000rpm 이하로 다니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무래도 7,000rpm까지 쓸 수 있는 고회전 엔진은 스포츠 주행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3,500rpm 이후로는 차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변한다. 더군다나 요즘 차에 흔한 첨단 주행 안정장비나 보조 장비가 없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모든 것은 운전자에게 맡겨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드라이빙 테크닉이 없다면 다루기를 포기해야 한다. 가벼운 무게로 인한 날카로운 핸들링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며 섬세한 액셀러레이터 조작에 따른 rpm 활용은 필수다. 운전자의 역량에 따라 강력한 스트리트 파이터가 될 수도, 도로 위를 달리는 1t짜리 미사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피코 사운드에서 배기를 다듬어 우렁차고 공격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요즘은 점점 운전의 즐거움 보다 자동차 자체의 성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시대적 흐름이라 해도 여전히 마니아들은 운전의 즐거움, 기계적인 순수함을 그리워한다. 분명 요즘 스포츠카들은 예전에 비해 빠르고 안전하며,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다. 반면 예전 스포츠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짜릿한 손맛과 운전자의 의도대로 가감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랭키는 예전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올드보이들을 위한 차라고 할 수 있다.
글 황욱익 Wooc Ic HWANG(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취재협조 강민규 작가, 클래식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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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