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된 영등포 쪽방촌, 새로운 주거단지로 바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20일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1970년대 집창촌과 여인숙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등포 쪽방촌은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밀려난 도시 빈곤층이 대거 몰리며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불량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 현재 360여명이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50년된 서울 영등포 쪽방촌이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새로운 주거·상업·복지타운으로 탈바꿈한다.
이번 정비사업은 쪽방촌 주민과 지원시설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영등포 쪽방촌 일대 1만㎡를 정비해 쪽방 주민들이 재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과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민간 분양주택 등 총 1200채의 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사업구역은 2개 블록으로, 복합시설1에는 쪽방 주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채와 신혼부부 등 젊은층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를 짓고 복합시설2에는 분양주택 등 600채를 공급한다.
영구임대 단지에는 쪽방 주민들의 자활과 취업 등을 지원하는 종합복지센터가 설치된다. 그동안 주민들을 위해 무료급식과 진료 등을 제공한 광야교회, 요셉의원, 토마스의 집 등 돌봄시설도 재정착한다.
행복주택 단지에는 입주민과 지역주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 유치원과 도서관, 주민카페 등 편의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영등포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한다.
국토부는 사업기간 중에도 쪽방주민과 돌봄시설이 지구 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먼저 지구 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주단지를 만들어 쪽방 주민이 임시 거주하게 하고 공공주택이 건설되면 돌봄시설과 함께 영구임대주택으로 함께 이주시키는 방안이다.
이후 영구임대주택 입주가 완료되면 이주단지를 철거하고 그 단지가 포함된 나머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분양한다.
주민의견 수렴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올 하반기에 지구지정을 마치고 내년에는 지구계획 및 보상을 진행해 2023년입주를 목표로 추진된다.
아울러 기존 지역 상가 주민도 단지 내 상가 등지에서 영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토부와 서울시, 영등포구, LH·SH, 민간돌봄시설이 참여하는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 민관공 TF’가 구성·운영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쪽방 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고 쾌적한 공간을 현재의 2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쪽방은 주거 면적이 1.65∼6.6㎡인데 추후 조성되는 영구임대는 16㎡다. 월 임대료도 평균 22만원이지만 영구임대는 보증금 161만원에 3만 2000원이다. 영구임대주택 보증금은 공공주택사업의 세입자 이주대책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쪽방촌 임대료는 3.3㎡ 단위 임대료로 따지면 월 10만∼20만원 수준으로 강남의 고급주택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단열과 단음, 냉난방이 취약하고 화재나 범죄 등의 위험에도 상시 노출돼 있으며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과 같은 질병으로 인한 자살이나 고독사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쪽방촌은 지난 2015년 토지주를 중심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했으나 쪽방주민 이주대책 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쪽방촌 정비사업은 오랫동안 낙후돼 있던 영등포구 일대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등포구에는 영중로 노점정비와 대선제분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영등포로터리 고가가 철거되고 2024년에는 신안산선이 연계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전국에 있는 10개의 쪽방촌에 대해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방식을 적용,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들을 정비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영등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쪽방촌 중 돈의동 쪽방촌은 도시재생사업(새뜰마을사업)과 주거복지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며 서울역·남대문·창신동 쪽방촌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서울 이외 쪽방촌은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는 등 다양한 사업방식을 적용하고 연내 1∼2곳에 대한 지자체 제안을 받아 대상 지역을 선정해 정비해 나갈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영등포 쪽방 정비사업은 강제 철거되거나 쫓겨나는 개발이 아니라 포용하며 함께 잘사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 ‘따뜻한 개발’”이라며 “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과 민간돌봄시설이 함께 모범적인 첫 사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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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