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제2 n번방 피해 막는다'…아동‧청소년 전방위 지원

  • 조한열
  • 발행 2020-03-25 15:48
익명 상담부터 긴급 신고 가능한 십대 전용 온라인 창구 ‘온 서울 세이프’내 5월 신설
초·중·고생 2만 명·교사 예방교육, 법률․의료․심리치료 전문 지원단 100명 구성․발족


# 중학생 A양에게 채팅 앱을 통해 접근한 ‘박사(본명 조주빈)’. 고액알바를 제안한 그는 처음에는 단순 심부름을 통해 알바비를 이체시키며 개인정보를 요구한 후, 텔레그램으로 방을 옮겨 자신이 요구하는대로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리게 했다. 개인정보와 영상이 유포될까 두려웠던 A양은 이후에도 박사가 시키는 대로 했고, 박사는 다른 사람을 시켜 A양 집 근처로 찾아가 성폭행 후 이를 강제 촬영했다. A양의 부모님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박사’를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지지동반자’(젠더폭력 분야 10년 이상 경력 보유)에 도움을 요청해 경찰에 진술동행을 지원하고 변호사 선임을 통해 ‘n번방 사건’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영상물 삭제연계와 A양과 부모님의 심리치료를 연계해 지원하며 지속적인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지지동반자 지원 사례)

서울시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제2의 n번방 피해를 막기 위해 아동․청소년을 특화한 디지털 성폭력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온라인 그루밍 등 디지털 성폭력은 아동·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메신저‧SNS 같은 일상 영역까지 침범해 그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아동·청소년을 전담으로 하는 대책과 전문적인 지원 기관은 부족한 상황이다.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초등학생부터 SNS 사용이 활발한 중학생, 고등학생 2만 명을 대상으로 서울특별시교육청과 협업해 대대적인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익명으로 상담 및 긴급 신고가 가능한 십대 전용 온라인 창구를 서울시가 지난해 9월부터 운영 중인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플랫폼 ‘온 서울 세이프’ 내에 신설한다.

피해 학생이 요청할 경우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가 피해 자료 채증 및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 동행 등 피해구제 전 과정과 정서적지지 등을 지원한다. 법률·의료·심리치료 전문 지원단 100명도 구성·발족한다.

가해자들이 SNS에 접근해 성 착취로 유인하는 구조를 이용해, 전문 상담사가 같은 방법으로 위험에 노출된 아동․청소년들을 조기 발견해 범죄 위험을 사전에 알리는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예방 및 조기개입 프로그램’, 민간단체와 함께 텔레그램, 채팅 앱 등을 통해 이뤄지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물 운영자, 구매자, 소지자 등 가해자를 추적해 이를 고소․고발하는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 추적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이 모든 것을 통합 대응하는 디지털 성폭력 전담 TF팀을 올해 전국 최초로 신설하고, 아동․청소년 특화 ‘디지털 성폭력 통합지원센터’도 내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전국 최초로 피해 영상 삭제 지원, 대응 가이드 제작․배포, 온․오프라인 통합 지원 플랫폼 ‘온 서울 세이프’ 운영, 피해구제 1:1지원 서비스인 ‘지지동반자’ 운영 등을 통해 디지털 성폭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시는 2017년 전국 최초로 ‘사이버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해 피해 영상 삭제를 지원한 바 있으며, 2018년 불법촬영·유포피해 대응 가이드(시민편, 경찰편) 제작·배포, 2019년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온·오프라인으로 통합 지원하는 국내 최초의 플랫폼 ‘온 서울 세이프(On Seoul Safe)’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의 사이버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범사업을 모델로 여성가족부가 2018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개소해 피해자 영상 삭제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발생하는 디지털 성폭력의 경우 아동․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메신저, SNS 같은 일상 영역까지 침범해 그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아동․청소년을 전담으로 하는 대책과 전문적인 지원 기관이 부재해 이번에 아동․청소년에 특화된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는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아동․청소년 특화 디지털 성폭력 통합지원정책」을 추진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해 12월 서울시교육청, 서울지방경찰청 등 5개 기관과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해 공동협력 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동․청소년 특화 디지털 성폭력 통합지원정책」은 ①온라인 긴급 신고 및 상담 창구 신설 ②학교 내 디지털 성폭력 방지시스템 구축 ③온라인 아동 성 착취 예방 및 조기개입 프로그램 ④디지털 성폭력 가해자 추적 프로그램 ⑤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 운영 ⑥디지털 성폭력 전담 TF팀 신설 및 통합지원센터 설치, 6가지를 골자로 한다.

첫째, 부모님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에 대해 긴급 신고하고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십대 전용 창구를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플랫폼 ‘온 서울 세이프(https://www.seoulcitizen.kr/)’내에 5월 신설해 통합 지원한다.


전용 창구에서는 긴급 신고, 온라인 상담 뿐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지원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요청할 경우 여성단체 전문 상담가와 연계해 피해 자료 채증 및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 동행 등을 통합 지원한다.


둘째, 학교 내 디지털 성폭력 방지 시스템을 구축한다. 학교 내 시스템은 학생․교사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부터 피해자 발굴 및 지원, 가해자 교육․상담까지 통합지원으로 이뤄진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해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전국 최초로 초‧중학생 5천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을 운영했으며, 올해는 이를 초‧중‧고등학생 2만 명으로 확대‧운영한다.

서울시는 2019년도에 초, 중학교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 매뉴얼 2종을 개발했으며, 예방교육 강사 양성과정을 통해 강사 40명을 양성했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엄마, 선생님을 불법 촬영한 영상을 놀이로 올리는 ‘엄마 몰카’, ‘선생님 몰카’ 등이 유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인식교육이 절실하다.

또한 학교 내 디지털 성폭력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교사, 상담교사, 학교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도 병행한다. 피해자 지원기관 정보를 공유해 신속하게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가 잘못해서 그런다’는 식의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식교육을 추진한다.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학생을 ‘디지털 성폭력 지킴이’ 활동가로 위촉해 학교 내 또래 사이에 알게 되는 디지털 성폭력 사건에 대해 신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다.

디지털 성폭력 지킴이는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 후 불법촬영물 등을 ‘보지도 찍지도 공유하지도 않겠다’ 는 ‘디지털 성폭력 예방 캠페인 아이두(IDOO)’에 동참하고 온․오프라인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다.

아동․청소년 가해자의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학교 내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 징계 처분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개별상담 및 교육을 추진한다.

향후 n번방 사건의 갓갓, 박사 등과 같은 운영자, 구매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셋째, SNS를 통한 소통이나 놀이문화를 가지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디지털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만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안내와 함께 상담 및 피해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예방 및 조기개입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이는 n번방 사건에서 박사 등이 아동․청소년의 SNS에 접근해 경찰을 사칭하며 성 착취로 유인하는 구조를 파악한 것으로, 디지털 성폭력 등 관련 전문 상담사 10명이 조기 개입해 올 하반기까지 약 4천 건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 착취를 조장하고 유인하는 댓글, 계정 등을 신고․고발해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을 예방하고자 한다.

넷째, 텔레그램, SNS 등에 전문 활동가들이 상시 감시활동을 통해 가해자를 추적, 고발하는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 추적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민간단체와 함께 텔레그램과 SNS, 채팅 앱 등을 통해 이뤄지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물 운영자, 구매자, 소지자 등 가해자를 추적해 이를 고소․고발한다.

이는 텔레그램 뿐 아니라 SNS상에서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 재유포하는 수많은 방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상시 감시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로드하는 운영자, 구매자들을 파악해 증거 채취를 통한 고소를 추진한다.

다섯째, 아동․청소년의 특성을 파악하고 학교 내 찾아가는 상담을 지원하는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를 운영한다.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는 학교에 직접 찾아가는 상담을 지원할 뿐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에 익숙치 않은 교사 등을 대상으로 정보제공 및 상담도 지원한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 그 피해가 커진다는 점을 감안, 학교 내 예방교육 후 배포하는 지지동반자 안내 유인물을 통해 학생들이 젠더폭력 분야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지지동반자에게 1:1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지지동반자는 n번방 사건 등 법률 소송을 지원하고, 변호사 선임비용(150만원) 지원 및 심리치료 연계(무료)를 통해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지원한다.

또한 서울시는 디지털 성폭력을 전담 지원하는 법률, 심리치료 지원단이 부재한 점을 감안, 법률·의료·심리치료 전문 지원단 100명을 구성·발족한다. 전문 지원단은 디지털 성폭력 피해의 특성을 이해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여섯째, 서울시는 n번방 사건 등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을 통합 대응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디지털 성폭력 전담 TF팀을 신설한다. 지자체에서 디지털 성폭력 대응팀을 신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에는 아동‧청소년 특화 ‘디지털 성폭력 통합지원센터’도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올해 디지털 성폭력 통합지원센터 신설에 대한 타당성 검토 용역과 시의회와의 조율과정을 거쳐 센터 신설을 추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이며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을 모두 찾아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익명성을 무기로 한 디지털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족까지 죽이는 살인행위이자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질적인 범죄로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우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서울시는 모든 권한을 활용해 예방에서부터 피해자를 위한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나 법률 지원서비스 등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방위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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