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이 고인의 뜻이라며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기증품 특별 공개전을 오는 21일부터 연다.
또 이건희 기증관(가칭)을 통합된 별도의 공간으로 건립을 추진, 후보지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 2곳으로 압축됐다.
기증품 활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새로 건립되는 기증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며, 내년 하반기부터 연 3회 이상 지역별 대표 박물관·미술관 순회 전시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이 문화재와 미술품 총 2만 3181점(국립중앙박물관 2만 1693점, 국립현대미술관 1488점)을 기증한 이후, 문체부는 기증품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 전담팀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운영해 10차례 논의를 거쳐 기증품 활용에 대한 주요 원칙을 정립하고 단계별 활용방안을 마련했다.
문체부가 마련한 이건희 기증품을 활용하는 4가지 기본원칙은 ▲국민의 문화향유기회 확대를 위한 국가기증의 취지 존중과 기증의 가치 확산 ▲문화적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성 구현 ▲전문인력 및 국내외 박물관과의 협력 확장성 ▲문화적·산업적 가치 창출을 통한 문화강국 이미지 강화 등이다.
먼저 문체부는 국가에 소장품을 대규모로 기증한 취지를 존중할 방침이다.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랑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는 고인의 뜻을 고려해 방대한 기증품에 대한 국가적인 조사와 연구를 추진하고, 기증품의 역사적·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기증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다해 앞으로 기증문화 확산을 위해서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측은 국가에 기증하면서 작가(작품) 맥락에 따라 광주시립미술관 30점, 전남도립미술관 21점, 대구미술관 21점, 양구 박수근미술관 18점, 제주 이중섭미술관 12점 등 지방미술관 5곳에 별도로 기증했다.
또한 동서양, 분야, 시대, 유형을 망라해서 수집된 이건희 기증품의 통합성을 바탕으로 문화적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성을 끌어내기로 했다.
특히 문화적 융·복합, 시대·분야 교차에 기초한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임을 고려해 통합적 관리·조사·연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증품의 융·복합적 가치를 높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융·복합적 박물관·미술관의 새로운 체계(패러다임)를 제시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분야별 전문인력과 다양한 기관과의 연계 협력을 통해 문화적 상승효과를 높인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전문인력을 활용하고, 이들 간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기증품의 조사와 연구, 보존처리, 전시·교류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증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문서와 서적 등 전적류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국립중앙도서관 등과 협력하고, 리움미술관 등 국내외 박물관·미술관과 협력해 다양한 교류·전시 사업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 생태계 및 관광과 연관된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고 대한민국 문화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국외 유수 박물관에 비해 국내 박물관·미술관의 외국 관람객 방문 선호도와 인지도가 낮은 점을 고려해 문화예술 생태계와 시장에 활력을 제공하고, 관광 등 다양한 관련 분야와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박물관·미술관을 국외에서도 반드시 찾고 싶은 매력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의 세계적 문화품격과 브랜드 가치도 더욱 높여 나가기로 했다.
이어 문체부는 4가지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단계별 활용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전문인력을 투입해 기증품에 대한 체계적인 등록과 조사, 연구 작업 데이터베이스(DB) 구축부터 추진한다.
현재 기증품의 재질별 분류, 고유등록번호 부여, 사진 촬영 등 기증품 등록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023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등록이 완료된 기증품의 분야별 기초조사와 학술연구 등을 통해 그 가치와 의미를 규명하고, 등록과 조사·연구가 완료된 기증품은 순차적으로 이(e)-뮤지엄,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또 신속한 기증품 등록과 내실 있는 분야별 조사·연구를 위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30명, 국립현대미술관은 17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문체부는 오는 21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국가기증 이건희 기증품 특별 공개전’도 동시에 개막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층 서화실에서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1층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 명작’을 통해 주요 작품을 공개한다.
기증 1주년이 되는 내년 4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하나의 공간에서 기증 1주년 기념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때 리움과 지방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도 함께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양한 기관이 협력하는 기증 1주년 전시는 분야와 시대, 동서양의 경계를 뛰어넘어 국민과 문화예술계에 영감과 감동을 주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내년 하반기부터 연 3회 이상 지역별 대표 박물관·미술관 순회 전시를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중심의 전국 박물관·미술관 협력망 사업을 최대한 활용해 전국 13개 국립지방박물관, 권역별 공립박물관·미술관 및 이번에 별도로 기증받은 지방박물관과도 협력해 지역에서도 이건희 기증품을 충분히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미국 엘에이카운티미술관(LACM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영국박물관 등 국외 주요 박물관·미술관과의 전시 교류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의 우수성을 국외에 널리 알릴 예정이다.
문체부는 기증품 2만 3000여 점을 통합적으로 소장·관리하면서 분야와 시대를 넘나드는 조사·연구·전시·교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기증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기증품 활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새로 건립되는 기증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 국립 박물관·미술관 운영의 새로운 장을 열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위원회는 이건희 기증관(가칭)을 통합된 별도의 공간으로 건립할 필요가 있고, 4가지 기본원칙을 토대로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가 최적이라는 의견을 문체부에 제안했다.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갖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있어 연관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 상승효과를 기대할 만한 충분한 입지여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문체부는 관계기관과의 협의하고 위원회의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부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지역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기증관 건립과는 별도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권역별 분포와 수요를 고려한 국립문화시설 확충 및 지역별 특화된 문화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지역의 문화시설 확충과 함께 이건희 기증품 관련 전시를 정례적으로 개최해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지역에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다시 한번 기증을 결정한 유족 측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대규모 기증을 계기로 새로운 기증관이 건립되면 우리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고 대한민국의 문화강국 브랜드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현장과 관계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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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