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인 391명 중 378명(73가구)이 26일 오후 4시 28분 인천공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남은 13명도 이날 오후 7시경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출발, 27일 오후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참여했던 시기에 주아프가니스탄 대한민국대사관, 바그람 병원, 직업훈련원 등에서 한국을 도와 수년간 협력을 제공해왔던 분들과 그들의 가족들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아프간 상황이 악화되면서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에 자신들의 신변 안전 문제를 호소하며 한국행 지원을 요청해왔다.
이에 정부는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이송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이들의 국내수용 방침을 결정했다.
이같은 정부 결정에 따라 범정부 TF가 즉각 구성되었으며, 이들의 안전한 이송을 지원하기 위해 카타르로 철수했던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직원 4명이 22일 카불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 미국 등 현지 우방국 관계자와 협의하면서 이들의 집결과 카불 공항 진입을 준비했다.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의 한국으로의 안전한 이송을 위해 국방부는 ‘미라클(기적)’로 명명된 군사작전을 전격 전개했다.
이를 위해 국방부와 공군 등 66명으로 구성된 특수임무단을 긴급 편성한 후, 23일 새벽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1대와 군 수송기(C-130J) 2대를 현지로 투입했고, 현지 우발 상황에 대비한 특수병력, 공정통제사(CCT : Combat Control Team) 요원도 포함했다.
수송 작전은 3단계로 이뤄졌다. 먼저, 1단계는 군 수송기를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착륙시킨 것이었다. 국방부는 외교부와 함께 한-파키스탄 공군총장 간 공조통화를 비롯해 주파키스탄 무관부 및 주한파키스탄 무관부 등 가용한 채널을 총 가동해 22일 이슬라마바드 공항 사용을 위한 파키스탄 정부의 승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어 2단계 첫 번째 작전에 따라 군 수송기를 적시에 카불 공항으로 투입해 카불 공항 진입에 성공한 6가구 26명을 우선적으로 이슬라마바드로 이송했다.
2단계의 두 번째 작전은 대규모 잔류 인원을 안전하게 이슬라마바드로 이송하는 것이었다. 카불 공항에 먼저 투입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직원 및 국방부 특수임무단이 현지 미군 및 우방국 군과의 공조하에 365명의 조력자들을 25일 오후 카불 공항으로 진입시키는 데 성공함에 따라 이슬라마바드에 대기 중이던 C-130J 2대를 카불 공항에 긴급 투입했다. 이후 C-130J 1호기에 조력자 190명, 2호기에 175명을 각각 분산 탑승시킨 후 총 365명이 같은날 오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3단계는 총 391명의 조력자들을 이슬라마바드로에서 한국으로 이송하는 작전이었다.
현지 군 특수임무단은 조력자들을 연령별, 성별, 건강상태별로 상세 분류해 최적의 이송방안을 마련했고, 이러한 탑승 계획에 따라 378명의 조력자들과 66명의 우리 군 특수임무단이 탑승한 KC-330은 26일 새벽에 이슬라마바드를 출발해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들에게 장기체류와 취업이 자유로운 체류자격(F-2)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이날 한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외국인에게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들이 도착하기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고 “대한민국을 도운 아프간 친구들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며 “정부는 수차례의 토론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특별입국을 수용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도와준 이들을 저버리지 않는 포용적이고 의리감 넘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깊은 이해와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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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