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가구 377명의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이 26일 오후 4시 28분 우리나라 군용기로 인천공항에 안전히 도착했다.
국방부는 총 66명으로 구성된 특수임무단을 긴급 편성, 아프간 조력자 안전이송을 위해 추진한 일명 ‘미라클(기적)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이날 밝혔다.
국방부는 이 작전을 위해 지난 23일 새벽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1대와 군 수송기(C-130J) 2대를 현지로 투입했고, 현지 우발 상황에 대비한 특수병력과 공정통제사(CCT : Combat Control Team) 요원을 포함시켰다.
한편 이번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는 우리나라가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참여했던 시기에 주아프가니스탄 대한민국대사관과 바그람 병원, 직업훈련원 등에서 수년간 협력해왔던 사람들과 가족들이다.
국방부는 이번 작전에 군 수송기(C-130J)를 투입한 이유는 아프가니스탄 현지 탈레반의 대공포 위협을 고려해 전술 비행이 가능한 기종을 선정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전명을 ‘미라클’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위기에 처한 조력자들에게 희망을 줘야한다는 사명감과 전례없이 왕복 2만 km 이상을 운항해야 하는 우리 특수임무단의 성공적인 작전을 기원하는 등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번 작전은 총 3단계로 이뤄졌는데, 먼저 1단계는 군 수송기를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착륙하는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인근 국가의 공항은 이미 여타국 후송 작전 등이 전개돼 포화상태였다. 이에 국방부는 외교부와의 협조와 함께 한-파키스탄 공군총장 간 공조통화를 비롯해 주파키스탄 무관부 및 주한파키스탄 무관부 등 가용한 채널을 총 가동했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이슬라마바드 공항 사용을 위한 파키스탄 정부의 승인을 확보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미라클 작전 성공을 위해 이슬라마바드 공항 사용과 관련한 제반 편의를 제공했다.
또한 현지 주파키스탄 대사관은 차량지원과 대사관 건물을 특수임무단 임시 숙박 장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파키스탄 현지 교민은 코로나 사태로 이미 운영을 중단했던 숙박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재개방하는 등 성공적인 작전수행의 숨은 공로자였다.
2단계 첫 번째 작전은 군 수송기를 적시에 카불 공항으로 투입하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카불 공항 진입에 성공한 6가정 26명을 우선적으로 이슬라마바드로 이송하는 것이었다.
특히 카불 공항으로의 군 수송기 투입을 위해서는 우선 조력자들이 카불 공항으로 안전하게 집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더불어 카불 공항 일대의 안전한 운항 확보를 위해 카불공항을 통제하고 있는 미국 중부사(플로리다 템파 소재)와의 실시간 연락을 기초로 카불 공항 이착륙에 필요한 사전비행승인을 적시에 확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중부사 한국군협조단으로 활동 중인 국방부 파견 장교단과 미 중부사측간 실시간으로 긴밀하게 이뤄진 협의는 우리 군 수송기의 적시 투입을 성사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마침내 지난 24일 1차로 6가정 26명의 조력자들의 카불 공항 진입이 성사됨에 따라 C-130J 군 수송기 1대가 이슬라마바드에 대기 중이던 특수임무단 선발대와 함께 카불 현지로 급파되었으며, 같은 날 26명의 조력자들은 카불 공항을 안전하게 이륙할 수 있었다.
국방부는 C-130J 군 수송기 바닥이 철판이라는 점을 고려해 아프간 조력자들이 편안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메트리스를 바닥에 비치했으며, 전술비행 또는 난기류 때에 대비해 스트랩 벨트를 기내 별도로 설치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2단계의 두 번째 작전은 대규모 잔류 인원을 안전하게 이슬라마바드로 이송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카불 공항에 먼저 투입된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직원 및 국방부 특수임무단이 현지 미군 및 우방국 군과 공조해 365명의 조력자들을 25일 오후 카불 공항으로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고, 이슬라마바드에 대기 중이던 C-130J 2대를 카불 공항에 긴급 투입했다.
이후 C-130J 1호기에 조력자 190명과 2호기에 175명을 각각 분산해 탑승시킨 후 총 365명이 지난 25일 오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3단계는 391명의 조력자들을 이슬라마바드로부터 우리나라에 이송하는 작전으로, 현지 군 특수임무단은 조력자들을 연령별, 성별, 건강상태별로 상세 분류해 최적의 이송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한편 당초 KC-330는 탑승인원이 최대 300여명으로, 조력자 전부를 이 기종에 탑승시켜 이송하는 방안은 무리라는 판단도 있었다.
그러나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명에 달하는 점과 가족 구성원이 분리된 채로 탑승하는데 우려하고 있는 점을 감안, 개인 수하물 최소화 등 방식을 통해 이들 모두를 KC-330에 탑승시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특수임무단 장병들은 과다 인원 탑승으로 인해 탑승 좌석이 부족해짐에 따라 좌석을 아프간 조력자들에게 양보하고 대신 기내 다른 공간 사용을 자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탑승 계획에 따라 377명의 조력자들과 66명의 우리 군 특수임무단이 탑승한 KC-330은 지난 26일 새벽에 마침내 이슬라마바드 현지를 출발할 수 있었다.
다만 카불 공항으로부터 이슬라마바드로 이송됐던 조력자는 모두 76가구 390명이었으나, K-330 좌석이 부족해 이슬라마바드에서 탑승을 하지 못해 현재 주파키스탄대사관에서 보호 중이며 향후 C-130J 군 수송기 편이 준비되는 대로 한국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또한 국방부는 아프간 조력자들 중 5세 미만 영유아들이 100여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이들 영유아를 위해 분유와 기저귀, 젖병 등을 별도로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377명을 태운 KC-330호는 11시간 비행 후 26일 오후 4시 28분에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국방부는 “이번 미라클 작전은 동맹국인 미국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아프간 조력자들을 현지 카불 공항에 집결시키기 위해서는 카타르로 철수했던 주아프가니스탄대사관 직원들이 선발대로서 카불공항에 조기에 투입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군측은 기꺼이 미 군용기를 통해 3명의 대사관 직원 및 주UAE 무관 1명을 카불로 긴급하게 이동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또 우리 군 수송기가 카불 공항에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미 중부사의 사전비행승인(PPR)이 필수적인데, 미군은 시시각각 변하는 카불 공항 상황에 따라 우리측이 수시로 요청한 PPR 승인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긴급 PPR도 승인해줬다.
아울러 미군측은 아프간 조력자들의 카불 공항 진입을 위해 탈레반측과 직접 협상을 거쳐 조력자들이 버스를 이용해 공항 내로 진입하도록 안전을 확보해 주었다.
이와 함께 수만 명이 운집한 카불 공항 내 대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측 조력자와 혼재돼 우리 군 수송기 탑승을 시도했던 신원미상자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검색 요청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신속한 이송작전이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이번 작전은 국방부와 공군, 외교부 등 유관기관 등 현지 투입인력의 헌신적인 활동과 영국, 캐나다 등 우방국들의 카불공항 경계 지원, 파키스탄 정부의 우리 군 특수임무단 등을 위한 공항사용 관련 협조 제공이 돋보였다.
더불어 신속한 영공통과를 승인해준 인도의 협조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우호국가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함께 이뤄낸 성공적인 작전이었다.
국방부는 합참 등 본부와 현지에 투입된 특수임무단간 실시간 소통을 통해 현장의 생생한 정황 보고에 기초해 작전 지침을 적시적으로 수립한 것도 특히 이번 임무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미라클 작전 이후에도 아프간 조력자들의 안정적인 국내정착을 위해 수송자원 제공과 군 의료인력 지원 등 협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더뉴스프라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