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내 인생, 빨간 맛 "가거도의 맛, 장어국수"

  • 박현아
  • 발행 2023-12-13 08:19

단풍이 지고 코끝이 시려질 무렵 밥상 위 울긋불긋 빨간 맛이 겨울을 맞이한다. 할머니의 김 모락모락 뜨끈한 시장 국밥 한 그릇부터 찬 바람 불면 그리워지는 섬마을 엄마의 맛, 빨간 장어국수까지 시린 몸도 마음도 달래줄 내 인생 빨간 맛을 만나본다.

내 인생, 빨간 맛 2부. 가거도의 맛, 장어국수



아이들 교육 문제로 육지에 나갔다 고향이 그리워 아내와 함께 다시 가거도로 돌아온 김서일씨. 김서일·김선희 부부는 올해로 3년째 가거도에서 통발 배를 몰며 장어와 문어를 잡고 있다. 돌장어는 돌이 많은 지역에서 나는 까만 장어라 돌장어로 불리는데, 지금이 한창 어획철이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아직은 장어 손질이 서툰 두 사람을 위해 내 일처럼 나서주는 이웃형님 부부와 함께 장어국수를 맛보는데, 장어국수는 장어를 뼈째 큼지막하게 썰어 넣어 빨갛게 끓여낸 국수로, 멸치잡이를 끝내고 한밤중에 돌아오는 선원들에게 새참으로 내던 가거도 토속음식이란다. 가거도 사람들에게 장어국수는, 어릴 적 어머니가 늘 끓여주시던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한다.



겨울의 가거도는 한 달 중 보름은 배가 뜨기 힘들어, 섬 안에 붙잡혀 있을 때가 많다. 뱃일을 못 하는 날이면, 낡은 고향집을 수리하고 소풍 가듯 뒷산에 올라, 어릴 적 가거도에서 자주 먹던 구실잣밤을 줍는다.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구실잣밤은 잣 모양의 밤맛이 나는 열매로, 찬바람 불고 낙엽 떨어지는 이 짧은 시기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이 맛이 육지 사는 내내 그리웠다는 서일씨.

아내 선희씨와 함께 다시 돌아온 가거도에서 행복을 만끽 중인, 거의 다시 찾은 고향의 맛.

EBS1 한국기행 [ 내 인생, 빨간 맛 2부. 가거도의 맛, 장어국수 ] 편은 오늘(12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사진제공= EBS1 '한국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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