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빚내서 건물 짓는다? 부동산 PF 부실과 지식산업센터
“그래서 한 3천만 원 너머까지 갔잖아요 (3.3제곱미터당) 실거래가를 보면. 지식산업센터가 갑자기 인기가 급부상하는 계기가 된 건 맞아요. 여기가”
- 성수동 부동산 공인중개사
지난 1월 12일, 국내 시공능력평가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확정됐다. 서울 성수동2가 사업지의 약 400억 규모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호황기에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을 짓기 위해 성수동에 몰려든 건설사들. 3.3㎡당 3,000만 원을 넘으며 강북 아파트값에 맞먹는 매매가를 자랑했던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의 현재는 어떨까. 5~10% 자본금만 가지고, 대출을 받아 경쟁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던 시행사, 건설사들은 기대만큼의 이익을 얻었을까. 'PD수첩'은 ‘지식산업센터의 메카’ 성수동을 포함, 수도권 일대의 현장들을 찾아 0.001초를 가르는 ‘초치기 청약’부터 특급 매물을 찾기 위한 임장 강의, 추첨 분양 등 투자 광풍의 생생한 뒷얘기를 담았다.
■ 유령 건물과 공실 지옥? ‘투자자 무덤’된 지식산업센터의 비극
“요즘 분양이 좀 저조해서 PF 승인이 안 나서 (공사) 시작을 못 하고 내년쯤에 할 거예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다음 해가 됐는데도 안 하니까 시행사에 문의했는데 담당자들이 없다..”
“그거 때문에 저는 빚을 너무 떠안아서 이혼하고, 엄마는 집도 날리고, 지금 월세 살아요.”
- 익명의 수분양자들
공사 시작조차 하지 않은 남양주의 한 지식산업센터 부지. 권영재(가명) 씨는 처음 분양받은 날부터 2년째 그대로인 현장을 제작진과 함께 다시 찾았다. 계약금만 1억 원 넘게 지불한 그에게는 잡풀이 가득한 공터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자재들만 남았다.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면서, 손해는 오롯이 분양받은 권 씨에게 넘겨진 셈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임정희(가명) 씨는 매일 왕복 4시간 거리의 지인 가게로 출근한다. 경기도의 한 지식산업센터 두 채를 계약한 후, 매달 대출 이자 210만 원에, 관리비 40만 원까지 부담하고 있다. 노후 대비를 위해 어렵게 마련했지만, 2022년 10월 입주 이후 지금까지 공실인 상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건축 예정인 곳을 포함해 1,500곳이 넘는다. 임대도, 매매도 어려운 역대급 거래 절벽을 맞이했다는 지식산업센터가 ‘공실 지옥’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PD수첩'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았으나 금리 인상과 공급 과잉, 편법 분양 등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부동산 뇌관! 위기의 지식산업센터, 책임자는 어디에?
지난해 말 발표된 한 금융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를 포함한 비주거형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무려 50조 원으로 추정된다. 아파트에 이어 부동산 PF발 경제 위기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기업 육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지식산업센터는 2020년 즈음 부동산 호황기에 큰 인기를 끌었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는 어쩌다 매력적인 부동산 상품이 되었을까? 더 많은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꼼수 분양도 난무했다는데... 이를 막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감독 역할은 제대로 이루어졌을까.
MBC 'PD수첩' 'PF 폭탄과 공실 지옥 - 위기의 지식산업센터'는 오는 30일(화) 밤 9시에 방송된다.[사진 제공= 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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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