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프리츠, 데미안 허스트, 우고 론디노네 등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기하학적 추상의 대가 이승조, 색채 추상의 선구자 최욱경의 작품 선보여이우환, 이배의 작품 각 5점, 김창열의 작품 6점 출품
3월 20일(수)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3월 경매가 개최된다. 98점, 약 75억원어치가 출품되는 이번 경매에는 표지를 장식한 베르나르 프리츠의 작품 ‘Gawk’(2억~3억원)을 시작으로 데미안 허스트의 ‘Psalm 115: Non Nobis, Domine’(2억5000만~4억원), 우고 론디노네의 ‘einundzwanzigsterdezemberzweitausendundeinundzwanzig’(1억8000만~2억5000만원), ‘Small Red Yellow Blue Mountain’ (7000만~1억3000만원) 등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게르하르트 리히터, 프란시스 베이컨, 야요이 쿠사마, 요시토모 나라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을 합리적 가격에 소장할 수 있는 판화도 골고루 출품된다.
이우환의 작품은 5점이 출품되는데 ‘조응’(3억5000만~5억5000만원), ‘바람과 함께’(1억1000만~2억2000만원), ‘Dialogue’(9000만~2억원) 등이다. 이대원의 작품도 2점이 출품되는데, 대작 ‘산(설경)’(1억8000만~3억원)과 ‘나무’(1800~3500만원) 등이다.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도 두 점이 경매에 오르는데, 두 작품 모두 신문지에 유채로 그린 것이다. 점화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유추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점화가 탄생하는데 밑거름이 된 작품들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 이승조의 작품 ‘핵 87-09’(2억1000만~4억5000만원)도 선보인다.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핵’ 시리즈를 통해 한국 추상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한 그는 한국적 모더니즘을 구축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작품은 연대별로 다양하게 6점이 선보인다. 2000년에 제작된 120호의 ‘물방울 SA0001’은 추정가 1억8000만원에서 3억원, 1979년 작 6호 사이즈 ‘물방울’은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숯의 화가 이배의 작품도 5점이 출품되는데, ‘불로부터’(1억3000만~2억5000만원), ‘표면의 풍경-050396’(4700~8000만원), ‘붓질 S-17’(6000만~1억5000만원) 등이다.10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는 이강소의 작품은 ‘From an Island-07240’ (8000만~2억5000만원)과 ‘허(虛)-15016’(6500만~1억2000만원) 두 점이 경매에 오른다.
한국적 색채 추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최욱경은 1963년 미국으로 유학, 당시 유행했던 추상표현주의와 경향을 적극 수용해 독창적인 한국적 미감으로 재탄생 시켰다. 경매에 출품된 1984년 작 ‘풍경’(8500만~1억5000만원)은 최욱경의 성숙기 작품으로, 이 시기 작품에는 우리의 산과 바다에서 느껴지는 율동적인 선과 밝은 색상의 표현이 두드러진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현재 심사정의 ‘계산모정 溪山茅亭’(3500~7000만원), 북산 김수철의 ‘매화서옥도 梅花書屋圖’(2000~4000만원), 운보 김기창의 ‘기우취적도 騎牛吹笛圖’(900~2500만원) 같은 회화작품과 백범 김구의 글씨 ‘현모양처 賢母良妻’(700~2000만원), 그리고 ‘백자청화운룡문호 白磁靑畵雲龍文壺’(750~3000만원), ‘백자청화수복문병 白磁靑畵壽福文甁’(350만~1000만원) 등 도자기가 출품된다.
경매 프리뷰는 3월 9일(토)부터 경매가 열리는 3월 20일(수)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고, 작품 관람은 예약없이 무료로 가능하다. (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 30분)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또는 전화나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또 경매가 열리는 20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주요 출품작
국내 경매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베르나르 프리츠의 작품이 출품된다. 베르나르 프리츠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추상작가로, 추상회화라는 어렵고 무거운 관념을 눈부신 색채와 역동적인 붓질로 풀어낸다.
수평과 수직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붓질에 작가의 주관적 해석과 감정은 배제돼 있으며, 작가는 페인팅 자체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수평과 수직의 그리드 형태는 본드 없이 홈에 끼워 맞추는 나무 공예 이음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또 작가는 물감에 레진을 섞어서 작업하는데, 이는 작품이 오랫동안 훼손되지 않고 견고하게 유지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경매 출품작 ‘Gawk’는 절제된 그리드의 패턴의 섬세한 붓질로 완성된 인상적인 작품으로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색의 향연이 눈이 부시다. 추정가는 2억에서 3억원이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위스 출신의 현대 예술가 우고 론디노네는 대규모 설치,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한다. 전통과 현대의 융합,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 등을 실험적 방법을 통해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우고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인간과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고 고찰하고자 한다. 그러나 연령이나 배경, 환경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예술을 통해 심오한 자연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작가는 평범하고 보편적인 상징물을 작업에 활용한다.
이번 경매 출품작인 ‘Einundzwanzigsterdezemberzweitausendundeinundzwanzig’의 작품 제목은 그가 작업을 완성한 연도와 날짜인 12월 21일 2021년이다. 큰 원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완성된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색채와 빛의 변화를 아름답게 담아내고자 하는 함과 동시에 생명의 힘을 담고 있어 관람자에게 심리적 안정과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 미술사에서 빠질 수 없는 기하학적 추상의 대가 이승조와 색채 추상의 선구자 최욱경의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국내 화단에서 기하학적 추상을 선도했던 이승조는 주요 모티브로 ‘파이프’의 형상을 활용했는데, 그는 1968년, 이례적으로 추상 작품으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경매 출품작도 ‘파이프’의 형상이 세로로 뚜렷이 묘사돼 있는 핵 시리즈 작품으로 이승조 작업 특유의 도회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한국 여성 추상표현주의 선구자인 최욱경은 한국의 자연에서 추출한 대담하고 강렬한 색 그리고 분방한 필치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한국적인 요소들을 탐구하기도 했고, 내면의 여성성을 고찰한 끝에 곡선이 강조된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작품은 1984년에 제작된 작품인데, 추상표현주의와 조지아 오키프의 영향을 자기화해 만들어낸 특유의 여성적 색채추상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 작품은 1987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렸던 ‘최욱경展’과 1989년 서울 호암갤러리에 개최됐던 ‘최욱경 작품전’에 출품된 이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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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