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얼굴의 기술 플래그십, BMW iX

  • 조한열
  • 발행 2020-12-08 14:45

기묘한 얼굴의 기술 플래그십, BMW iX



 

BMW i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전기 SUV iX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키드니 그릴과 얇은 헤드램프의 조합은 새롭다 못해 기괴해 보이지만 전기차와 자율운전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기술 플래그십이다.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모터는 앞뒤 트윈 구성으로 500마력을 만들어 내며 100kWh 배터리로 600km의 거리를 달린다.



BMW 5세대 일렉트릭 드라이브를 사용한다 


친환경 시대를 대비하며 BMW가 서브 브랜드 BMW i를 출범시킨 것이 2011년. 소형 전기차 i3를 시작으로 플러그인 하이브이드 쿠페 i8, X3의 EV 버전인 iX3을 연이어 출시했다. 여기에 컨셉트카를 포함하면 비전 i넥스트와 i4도 꼽을수 있다. 이 중에서 2018년 발표되었던 i넥스트가 양산형 iX로 다시 우리 곁을 찾았다.



덩치는 X5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모델이다 


전기차에서 더욱 강조된 키드니 그릴

가장 인상적인 것은 X7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키드니 그릴이다. 사실 전기차에서는 프론트 그릴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이런 현실과는 반대로 기존 디자인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이어가기 위해 오히려 그릴을 대형화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iX의 경우 다소 과해 호불호가 갈리는 편.



스포츠 패키지는 기본형과 범퍼 형태를 차별화해 한층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얼굴을 비롯해 세부 디자인은 i넥스트 컨셉트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보닛 경계선에 바싹 올라붙었던 헤드램프는 아래로 내려와 조금 커졌다. i넥스트와 X7을 섞었다고 할까. 공기저항계수는 0.25로 덩치에 비해 뛰어나다. 상황에 따라 흡기구를 막는 액티브 셔터와 플랫 보텀, 사용하지 않을 때 보디 표면과 일체화되는 플러시 도어 핸들, BMW 로고 아래 숨긴 리어 워셔 노즐 등 돌출물을 철저히 제거한 덕분이다.



스위치와 에어벤트, 스피커 등의 노출을 최소화했다 


그릴 부분은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등 자율운전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들로 품고 있다. 심미적인 부분은 물론 센서 작동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나노 수준의 진공 증착과 플라즈마 연소, 레이저 기반 기술 등이 활용되었다. 헤드램프는 현행 BMW 중에서 가장 얇고, 매트릭스 레이저라이트가 옵션으로 준비되었다.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크리스탈 스위치 


많은 것을 숨긴 깔끔한 인테리어

측면 프로포션은 X5와 비교해 조금 더 직선이 많고 간결하다. 프레임리스 윈도가 여기에 한몫 거든다. 벨트라인 바로 아래 캐릭터 라인이 없어진 대신 굴곡을 넣어 빛에 의한 명암대비를 부드럽게 유도했고, 휠하우스 주변 굴곡으로 SUV의 특징을 강조한다. 함께 공개된 iX 스포츠 패키지는 범퍼 부분을 많이 다듬어 기본형 대비 변화를 주었다. 무공해차임을 표현하는 파란색 라인을 제거하면서 범퍼 양쪽에 삼각형으로 검은 패턴을 넣는 등 차별화했다. 덕분에 한층 강렬한 느낌을 준다.



대형 곡면 모니터와 6각 스티어링 림이 특징적인 인테리어 


컨셉트카에 비해 많이 순화되었음에는 BMW 양산차 인테리어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대시보드 위에 독립적으로 플로팅된 모니터는 엄청난 와이드 화면인데다 약간 곡면을 이룬다. 계기판 부분이 12.3인치, 인포테인먼트용은 조금 더 큰 14.9인치다. 화면 터치와 음성인식이 모두 가능하다.



직선을 강조한 매끈한 보디에 펜더 굴곡으로 SUV의 특징을 강조했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스위치는 물론 스피커나 에어벤트도 최소화했다. 이 차에는 기본 12개, 최대 30개(옵션 B&W 오디오)의 스피커가 달리며 그중 8개는 시트에 장착된다. B&W 오디오의 경우 무려 1,615W 앰프가 달리며 앞 좌석에는 쉐이커까지 갖춰 마치 콘서트장에 앉아있는 듯한 현실감 넘치는 4D 사운드를 제공한다. 수퍼 우퍼로도 만들지 못하는 초저음 진동을 직접 몸으로 전달한다.



i드라이브 노브와 변속 레버 등을 모두 크리스탈로 만들었다 


i드라이브 컨트롤러와 오디오 스위치, 조그만 변속 레버는 크리스탈 가공품으로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나무 소재에 터치 스위치를 넣은 점도 눈길을 끈다. 스티어링은 2스포크 타입에 6각 림 형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로 덮은 천장은 일렉트로크로믹 기술로 빛 투과성을 자유자재 조절한다.



딩골핑 공장에서 생산 준비에 한창이다 


희토류 없는 모터와 100kWh 배터리

BMW 5세대 일렉트릭 드라이브 시스템은 철저한 모듈 설계를 통해 다양한 차종에 대응한다. 세부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앞뒤 차축에 2개의 모터를 갖추고 있다. 모터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합계 500마력의 출력을 만들어 내 정지 상태에서 5초 만에 시속 100km 가속이 가능하다.



현재 BMW 가운데 가장 얇은 헤드램프 디자인 


희토류는 자석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뛰어난 소재이지만 매장량이 워낙 적고 자원 무기화 등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일본과 중국이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를 두고 분쟁을 벌일 때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던 전례가 있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많은 메이커들이 대체 기술 확보에 힘쓰는 이유다.



프레임리스 도어로 깔끔한 느낌을 준다 


차체 바닥에 모듈식으로 깐 배터리의 용량은 100kWh. 배터리 역시 희소한 소재가 많이 쓰여 생산량이 폭증할 경우 수급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 소재를 최대한 활용했다. 200kW의 고속충전을 사용하면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40분밖에 걸리지 않고 급할 때는 10분만 충전해도 120km를 달린다.



공기저항을 의식해 돌출물을 최소화했다 


가정용 전원을 쓰는 11kW 완속 충전으로는 11시간이 걸린다. 완충 상태에서 주행가능거리는 WLTP 기준 600km, 미국 EPA의 FTP-75 테스트로도 480km 이상이다. 차체는 카본 케이지와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으로 무게를 최대한 덜었다.



일렉트로크로믹 기술의 파노라믹 루프로 빛투과량을 마음대로 조절한다 


BMW i의 새로운 기술 플래그십

BMW에서는 이 차가 미래를 대비하는 i브랜드 중에서도 새로운 기술 플래그십이라고 설명한다. 점점 고도화되는 자율운전에 대비해 컴퓨터의 능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정교한 센서가 쏟아내는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야만 효과적인 자율운전이 가능하다.



iX는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예고한다 


BMW 개발팀의 프랭크 웨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iX를 통해 기술적으로 새로운 산업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라인업 최신 모델에 비해 더 강력한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프로세서 능력, 센서 기술을 제공합니다. 5G 통신에 대응하며 더욱 개선된 자율운전과 주차 기능 아울러 고성능의 5세대 전기 드라이브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완충 상태에서 600km, 10분 충전으로 120km를 달릴 수 있다 


iX는 X5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디자인과 구동계 등 차이가 훨씬 크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iX3가 제한된 시장에서 팔리기 때문에 북미 등 일부 국가에서는 BMW i 최초의 SUV이기도 하다. 



평소에 보디 표면에 매끄럽게 수납되는 플러시 도어 핸들 


딩골핑에서 생산되며 2021년 하반기에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 현재 전체 판매차 중 13% 정도가 전기차, 하이브리드인 BMW는 2030년까지 그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당연하겠지만 iX는 BMW의 이 원대한 계획에서 큰 부분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BMW i 라인업. BMW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비중을 2030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절반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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