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성장률 전망 거듭 상향...내수 진작책 마련해 경기 반등에 시너지
지난해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한국 경제에 ‘따뜻한 온기’가 돌고 있다. 양호한 수출 흐름을 바탕으로 주요 경기지표·심리지수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고, 국제금융기구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거듭 상향 조정되는 등 ‘경기 회복의 시간표’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정부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대한민국 동행세일 등 내수진작 효과까지 더해지면 경기 반등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 한국경제 생산력, 역대 최고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2.1%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전산업생산지수는 111.6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1월 이후 최고치다. 한국 경제의 생산력이 역대 최고라는 의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7로 0.3포인트 올랐고 앞으로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오른 102.9로 9개월째 상승세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도 나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3월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포인트 오른 83으로 2011년 7월(8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5로 한달새 3.1포인트 오르며 14개월만에 100을 넘었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3월 경제심리지수(ESI)는 101.3으로 4.7포인트 올랐다. ESI가 100을 넘긴 것은 2018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반도체·승용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수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3~10월 중 9월을 제외하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11월 3.9% 증가를 시작으로 12월 12.4%, 올 1월 11.4%, 2월 9.5%, 3월 16.6% 등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3월 수출은 수출액과 증가율 면에서 기존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그야말로 ‘훨훨’ 날았다. 수출액은 538억3000만달러로 역대 3월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증가율 16.6%는 2년 5개월 만에 최고의 기록이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산업생산 등 그동안 어려웠던 지표들이 최근 개선되고 있고 세계 교역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여러 여건이 나쁘지 않아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요 금융기구, 경제 성장률 잇따라 상향 조정
국제금융기구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거듭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6일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전망치인 3.1%보다 0.5%포인트 올린 3.6%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9일 내놓은 ‘중간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8%에서 3.3%로 0.5%포인트 높여 잡았다.
국제금융센터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지난 2월 말 기준 바클레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크레디트스위스·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해외 투자은행(IB) 9곳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값은 3.6%로 집계됐다.
이는 그동안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와 한국은행(3.0%) 등 주요 기관은 물론 정부 전망(3.2%) 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과 추경 효과 등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투자 증가세와 추경안 등을 반영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 정부, 내수 진작에 사활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경제가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이 추세를 더 살려 경기회복의 시간표를 최대한 앞당기고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포용적 회복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3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3월 경제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에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 지표 대부분이 우상향을 가리키며 회복 깜빡이가 켜져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은 아픈 손가락이다. 2월 재화소비가 반영된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4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8.4% 증가했지만, 전달과 대비하면 0.8% 줄며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4차 재난지원금 등 현금지원사업 7조3000억원 가운데 80% 이상을 2개월 내 빠르게 지급하고, 지난해 첫 개최한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올해도 다시 개최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고효율 가전 환급사업, 소비쿠폰 재개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출 규모가 적지 않은만큼, 4차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효과도 꽤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나라 내수는 결국 서비스업의 회복과 궤를 같이하는데, 빚 문제 등을 겪고 있는 민간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정부 지원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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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열 기자 다른기사보기